미중 경쟁과 트럼프 정책의 지속적 영향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며 2025년 1월 백악관으로 복귀했습니다. 그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정책은 첫 임기에 이어 다시 한번 세계 정치 지형에 강렬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은 단순히 미국의 외교적 태도를 바꾸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국제 질서는 양극화되었고, 특히 유라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환경은 새로운 긴장과 경쟁구도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인도와 같은 신흥 중간 강국들의 전략적 움직임 속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유라시아는 오랜 세월 동안 '대륙의 심장부'로 간주되며, 서구와 동양의 연결고리로 기능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곳은 단순한 연결지점에서 벗어나, 신흥 강국들의 대립과 협력, 그리고 새로운 경제 블록 형성의 무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소장인 C. Raja Mohan 박사는 2026년 3월 LSE US Politics and Policy 블로그의 팟캐스트에서 이와 같은 변화를 상세히 분석했습니다. 모한 박사는 "트럼프의 재등장은 유라시아를 단일하고 경쟁이 치열한 지정학적 공간으로 통합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국의 유럽 내 영향력 확대, 러시아-중국 협력 심화가 이 지역의 정치적 역동성을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특히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기존 안보 가정을 재고하도록 강요하며 새로운 선택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유라시아 지정학의 핵심 변화 중 하나는 중국의 유럽 내 활동이 미국과 동맹국 간의 긴밀한 관계에 도전하는 모습입니다. 중국은 대규모 자본과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 시장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으며, 이는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전략의 핵심입니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단순히 무역과 투자에 그치지 않고, 유럽 국가들의 정치적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해 유럽연합과 주요 회원국들은 전략적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직접투자 심사 제도를 강화하고, 핵심 인프라 부문에서 중국 자본의 진입을 제한하는 새로운 법률과 제도를 도입하며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주요국들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이중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미중 간의 이런 경쟁 속에서 러시아의 역할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욱 심화된 서방 제재는 러시아와 중국 간의 교류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유라시아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수급, 군사협력, 무역협상이 두 국가 관계의 핵심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모한 박사는 "서방의 경제 제재가 역설적으로 러중 관계를 전략적 파트너십에서 준동맹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효과를 낳았다"고 지적하며 "이는 유라시아 내에서의 미국 주도권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변화"라고 분석했습니다. 러시아는 중국에 원유와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경제적 생명줄을 확보했고, 중국은 서방의 기술 제재를 받는 러시아에 일부 첨단 기술과 소비재를 제공하며 상호 의존 관계를 심화하고 있습니다. 유라시아 지정학적 변화의 역사와 방향 이러한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인도의 전략적 대응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모한 박사는 인도를 신흥 중간 강국의 대표적 사례로 제시하며, 인도가 미중 경쟁 구도에서 어느 한쪽에 완전히 편승하지 않으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인도는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협력하면서도, 동시에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 같은 다자 플랫폼에서 러시아, 중국과도 대화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모한 박사는 "인도의 다층적 외교 전략은 양극화된 세계에서 중간 강국이 취할 수 있는 실용적 모델"이라며 "이는 유라시아와 인도-태평양을 연결하는 지리적 위치를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러한 유라시아의 정치·경제적 격변 속에서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까요?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동아시아와 유라시아의 경계에 위치하며, 그 중요성은 미중 간 패권 경쟁에서도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미국 동맹의 핵심 축으로 간주되지만,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도외시할 수 없는 복잡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여전히 높으며,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 중국은 주요 시장이자 공급망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균형 외교적 접근과 더불어, 미국과 중국 어느 한 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지 않는 '전략적 자율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탄한 것은 아닙니다. 유라시아 내의 급변하는 권력 관계는 한국에게 추가적인 안보 및 외교적 딜레마를 제기합니다. 2023년과 2024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비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연속 참석하며 한미 및 유럽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를 모색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안보 협력 네트워크 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NATO 정상회의 참석을 '신냉전 진영 논리'에 동참하는 것으로 해석하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한국이 지나치게 한쪽에 치우친 정책을 택할 경우 반대 진영으로부터 경제적, 외교적 보복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보다 신중하고 다각적인 접근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모한 박사의 분석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트럼프주의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미국 외교정책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입니다. 그는 "트럼프의 재등장은 단순히 개인의 복귀가 아니라, 미국 내 고립주의와 거래적 외교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를 보여준다"며 "이는 동맹국들이 더 이상 미국의 무조건적 안보 공약에 의존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은 자체 방위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내 다자 협력 메커니즘을 개발하며, 경제적·외교적 선택지를 다변화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 외교의 기회와 도전: 유라시아 속의 새로운 전략 유라시아 지역의 변화는 또한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재편이라는 실질적 도전을 제기합니다. 러시아의 유럽 천연가스 공급 중단과 그에 따른 에너지 위기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혔습니다. 한국 역시 에너지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으며, 중동과 러시아 등 주요 에너지 공급원의 불안정성은 직접적인 경제 안보 위협입니다. 원천 자료에서 언급된 것처럼,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은 유라시아 전체의 권력 균형에 영향을 미치며,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과의 협력을 통해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새로운 긴장을 야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은 에너지 자원의 다변화와 더불어,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최대한의 외교적 역할을 발휘해야 할 시점입니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측면은 유라시아 내 중간 강국들의 연대 가능성입니다. 모한 박사는 인도의 사례를 통해 중간 강국들이 강대국 경쟁 구도에서 수동적 대상이 아니라 능동적 행위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 역시 비슷한 입장에 있는 국가들, 예를 들어 호주, 인도네시아, 베트남, 폴란드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중간 강국 외교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미중 양자택일의 압박을 완화하고, 다자주의 원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 유지에 기여하며, 개별 국가로서는 확보하기 어려운 협상력을 집단적으로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유라시아는 단순히 지리적 공간이 아닌, 국제정치의 핵심 경합 구도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C. Raja Mohan 박사가 지적한 것처럼,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은 이 지역을 단일한 지정학적 전장으로 통합하는 효과를 낳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 심화, 인도와 같은 중간 강국의 부상은 기존 권력 구조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를 단순히 '강대국들 간의 싸움'으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이 복잡성 속에서 한국이 새롭게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자국의 국익을 극대화할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유라시아 내 다양한 국가와 교류하고, 신흥 경제 권력들의 변화를 이해하며, 인도와 같은 중간 강국의 전략적 자율성 모델에서 배우고, 국내 정책을 지혜롭게 조율할 수 있다면, 이 지역은 한국 외교의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의 장이 될 것입니다. 양극화된 세계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것이야말로 중간 강국 한국이 추구해야 할 생존과 번영의 길입니다.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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