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국방비 요구, 복지 예산 희생될까 지난 3월,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 한 복지 단체의 기자회견이 화제가 됐습니다.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재정 긴축 방침으로 인해 장애인 활동 지원 예산 일부가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한 어머니는 어린 딸의 손을 잡고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그녀는 '안보도 중요하지만, 딸이 안심하고 하루를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나라가 해야 할 일 아닐까요?'라고 말했습니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울림을 던진 이 질문은 우리가 진정으로 지켜야 할 안보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최근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며 국방비 증액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같은 지정학적 위치에 놓인 국가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더 뜨겁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늘어난 국방비를 충당하기 위한 예산 재조정 과정에서 사회복지 예산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논쟁의 배경에는 군사적 안보와 사회적 안보 사이에서 어떤 가치를 우선시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딜레마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폴리 토인비(Polly Toynbee)는 지난 4월 17일 'A question for those desperate to cut benefits to fund defence: who exactly are you willing to impoverish? (국방비 충당을 위해 복지 혜택을 줄이려는 자들에게 묻는다: 누구를 빈곤하게 만들 텐가?)'라는 강렬한 제목의 칼럼을 통해 복지 예산 삭감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그녀는 '진정한 국가 안보는 국민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다'며, 복지의 중요성이 군사력만큼이나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토인비는 칼럼에서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희생시키는 복지 예산 삭감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으며, 진정한 국가 안보는 군사력뿐 아니라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사회 안전망에서 나온다고 역설했습니다. 한편, 영국의 자유주의적 매체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최근 직접적인 칼럼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일관되게 유지해온 논조를 바탕으로 볼 때 다른 시각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정학적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안보 비용을 늘리는 것은 피할 수 없으며, 비효율적인 복지 지출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안보 투자가 장기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이익이 되므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재정 개혁이 필요하다는 논리에 기반합니다. 참으로 흥미로운 대립입니다. 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군사력 증가는 미래를 위한 보험'이라고 말하지만,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빈곤과 소외는 지금 이 순간 우리 곁에 존재하는 위험'이라고 반박합니다. 그렇다면, 이 논쟁은 한국 사회에 어떤 함의를 제공할까요? 사회안전망, 국가안보만큼 중요한 이유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202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9.2%를 기록했으며, 2025년에는 이 수치가 20%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026년 현재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령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복지 예산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더해, 아동·청소년, 장애인, 노숙인 등 다양한 취약 계층 역시 사회적 안전망의 강화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방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 도발, 동북아시아 지역의 긴장감을 고려할 때, 국방비 증액은 단순히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문제는 재정이 무한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2026년 정부 예산안 기준, 한국의 국방비는 약 61조 원 수준으로, 전체 예산(약 677조 원)의 약 9%를 차지합니다. GDP 대비로는 약 2.8% 수준으로, 이는 NATO 회원국 권장 기준인 2%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한반도의 특수한 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여전히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반면, 복지 예산은 같은 해 약 242조 원을 기록하며, 전체 예산의 35.7%로 국가 재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예산의 양면적 성격 때문에 복지와 국방은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특히 2025년부터 시행된 재정준칙으로 인해 국가채무 증가가 제한되면서, 한정된 재원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한쪽을 희생하지 않고 두 영역을 모두 충족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일부 전문가들은 사회복지와 국방비를 상호 보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연구실 관계자는 최근 정책 보고서에서 '빈곤율이 높은 사회는 내부적으로 불만과 갈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군사력뿐 아니라 복지를 통한 사회 안정도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국가가 재정 구조를 더욱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중복되거나 비효율적인 사업을 정리하면서도 복지와 국방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물론, 반론도 존재합니다. '군사력이 약화되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주장은 한국 사회에서 오랜 시간 쌓여온 불안 심리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적 위협은 많은 국민에게 강렬한 안보 의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이에 대해 군사 전문가들은 '군사적 대비를 강화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임이며, 이것이 흔들린다면 오히려 복지를 논할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중국과 대만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 한국의 해답은 그렇지만, 군사적 안보와 사회적 안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일 수 있습니다. 국제 연구에 따르면, 복지와 안보는 상호 배타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건강하고 안정된 사회를 만든다면 이는 곧 국가의 군사적 역량 강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죠. 예컨대, 교육과 건강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스웨덴은 GDP 대비 복지 지출이 약 26%(2024년 기준)로 OECD 최상위권이면서도, 최근 NATO 가입을 추진하며 국방비를 GDP의 2%로 증액하는 등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사례는 높은 국민 복지 수준이 사회 통합과 국가 역량 강화의 기반이 되며, 이것이 결국 안보 투자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국은 이런 복합적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먼저,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국방 분야에서는 중복 투자를 줄이고 첨단 무기 체계 도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복지 분야에서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균형을 재조정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또한 조세 개혁을 통해 재정 수입 기반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약 20% 수준으로 OECD 평균(약 24%)보다 낮습니다. 재정 지출 증가에 상응하는 수입 확대 없이는 국채 의존도만 높아질 우려가 있습니다. 복지와 국방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단순히 정책 설계를 넘어, 우리의 철학과 방향성을 고민하는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폴리 토인비가 던진 질문, '누구를 빈곤하게 만들 것인가'는 단지 영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사회 역시 같은 딜레마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는 '안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좁히지 않고, 더 많은 시각과 해법을 고민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진정한 안보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토를 지키는 것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여러분은 군사적, 사회적 안보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시겠습니까?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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