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디지털 바트' 중단과 스테이블코인 규제 강화 배경 최근 태국 중앙은행(Bank of Thailand, BOT)이 소매용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Retail CBDC)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전 세계 금융계가 이례적인 방향 전환을 집중 조명하고 있습니다. 기존 국제 트렌드에 따라 각국이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태국의 결정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94%가 CBDC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가 이미 대규모 시범 운영 단계에 있고, 싱가포르도 Project Orchid를 통해 적극적으로 CBDC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태국은 왜 '디지털 바트(Digital Baht)'를 중단하고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강화를 선택했을까요? 이 선택은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까요? 태국 중앙은행은 CBDC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된 이유를 명확히 밝혔습니다. 첫 번째로, '디지털 바트' 프로젝트에서 얻은 교훈과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수요 부족을 확인했습니다. 디지털 통화가 기존 결제 시스템의 효율성에 비해 비교 우위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태국은 2017년부터 운영해온 실시간 결제 시스템인 PromptPay를 통해 이미 높은 수준의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PromptPay는 2025년 기준 성인 인구의 약 85% 이상이 사용하고 있으며, 연간 거래액이 수천억 달러에 달합니다. 또한, 기존 결제 시스템이 이미 충분히 발전되어 있는 상황에서 국민적 필요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CBDC'의 도입은 막대한 자원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태국 중앙은행의 파일럿 테스트 결과, CBDC가 기존 시스템 대비 거래 속도나 비용 면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가져오지 못했으며, 오히려 시스템 구축과 유지 관리에 상당한 재정 부담이 예상되었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태국이 기존 시스템과 디지털 혁신 간의 균형을 신중히 고려하는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했음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로, 스테이블코인이 현재 태국 내 디지털 금융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성장 속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정책 결정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태국 내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2024년 대비 2025년에 약 150% 증가했으며, 특히 국경 간 송금과 전자상거래 결제 분야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태국 중앙은행 총재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에 대한 명확하고 포괄적인 규제가 시급하다"고 언급하며, 스테이블코인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태국은 스테이블코인의 잠재적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를 도입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최소 100% 이상의 준비금 보유를 의무화하고, 준비금은 태국 정부 채권이나 중앙은행 예치금 등 안전 자산으로 보유하도록 요구할 계획입니다. 또한 자금세탁방지(AML) 및 테러 자금 조달 방지(CFT) 의무를 강화하고, 투자자 보호를 우선시하겠다는 방침은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금융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현실적 조치로 보입니다. 발행자는 분기별로 독립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야 하며, 준비금의 구성과 평가액을 공개해야 합니다. CBDC보다 민간 혁신을 선택한 태국의 전략적 판단 세 번째로, 태국은 민간의 혁신을 우선적으로 촉진하면서도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이중적인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중앙은행은 민간의 블록체인 기술 활용을 장려하여 국경 간 결제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토큰화된 자산 발행을 지원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태국은 이미 Project Inthanon을 통해 홍콩 금융관리국과 협력하여 국경 간 결제 효율화 실험을 진행한 바 있으며, 이러한 경험을 민간 부문으로 확대하려는 의도입니다. 주요 상업은행들과 핀테크 기업들에게 블록체인 기반 결제 인프라 구축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를 제공하고, 부동산, 채권 등 전통 자산의 토큰화를 허용하는 법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민간 주도의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강화하면서도 중앙은행이 주요 리스크를 적절히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냅니다. 이는 CBDC의 도입을 서두르기보다, 민간이 디지털 금융 혁신을 주도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태국 정부는 민간 혁신을 통해 시장의 자율적인 경쟁과 기술 발전을 유도하되,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는 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태국의 이같은 전략적 결정을 어떻게 바라볼 필요가 있을까요? 한국은 현재 디지털 원화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2021년부터 디지털 원화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으며, 2023년에는 민간 기업들과 협력하여 실증 테스트를 확대했습니다. 한국은행은 2025년 보고서에서 "디지털 원화는 현금 사용 감소와 민간 디지털 화폐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준비"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디지털화폐의 도입을 통해 결제 시스템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금융 혁신을 지원하고자 하지만, 태국 사례를 통해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한국에서 CBDC는 얼마나 실질적인 수요가 있을 것인가? 한국은 이미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 민간 간편결제 시스템이 고도로 발달해 있으며, 2025년 기준 성인의 약 90% 이상이 최소 하나 이상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존 결제 시스템이 이미 충분히 효율적이라면 디지털 원화를 통한 이점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일각에서는 CBDC가 금융 포용성 확대, 특히 금융 서비스 접근이 제한적인 노령층이나 저소득층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들 계층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스마트폰 보급률을 고려하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둘째,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빠른 성장세를 감안했을 때, 한국은 이에 대한 규제체계와 동시에 경쟁력 있는 정책적 대처를 마련해두고 있는가? 한국에서도 테더(USDT)와 USD코인(USDC) 등 외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일부 국내 기업들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법체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으며, 발행자의 준비금 관리나 투자자 보호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한국 투자자들이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적절히 보호받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 개선이 필요할까요? 금융위원회는 2026년 초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에 특화된 규제는 여전히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한국 CBDC의 방향성: 태국 사례가 주는 교훈 태국의 CBDC 중단 결정에 대한 반론으로, CBDC가 민간 디지털 통화보다 금융 안정성을 더 강력히 보장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통화는 변동성과 기술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탈중앙화된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2023년 테라-루나 사태에서 보았듯이, 민간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은 알고리즘 오류나 준비금 관리 실패로 인해 순식간에 가치가 붕괴될 수 있습니다. 당시 한국 투자자들만 수조 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이는 민간 디지털 통화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는 법정 통화와 동일한 가치를 보장받으며, 중앙은행의 신용과 국가의 통화 주권으로 뒷받침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다른 안정성을 제공합니다. 또한, 결제 및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 자금세탁 방지와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CBDC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CBDC는 모든 거래 기록이 중앙은행 시스템에 남기 때문에 불법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차단하는 데 훨씬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보고서에서 "CBDC는 통화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고, 금융 시스템의 탄력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태국의 사례는 '실효성'이라는 중요한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시금 고민하게 합니다. 중앙은행이 단순히 디지털화를 추진하기보다, 프로젝트가 실제로 얼마나 금융 시스템에 기여할 수 있을지를 철저히 고려한 점은 다른 국가들에게 귀중한 참고자료가 될 것입니다. 태국은 CBDC의 이론적 장점보다 실제 비용-편익 분석을 우선시했으며, 기존 시스템이 충분히 효율적이라면 굳이 막대한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실용주의적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태국의 결정은 단순히 CBDC 개발 중단이라는 충격적인 헤드라인을 넘어 하나의 국가가 디지털 금융 전략을 어떻게 재편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한국은 자체적인 디지털 원화 개발을 추진함에 있어서 현실적 수요와 기존 시스템의 효율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 카드 결제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실시간 계좌 이체 시스템도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CBDC가 제공할 수 있는 추가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가치가 개발과 운영에 투입될 막대한 비용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민간 스테이블코인 규제 강화 또한 한국 금융당국이 태국 사례를 보며 다룰 핵심적 쟁점이 될 것입니다. 태국이 도입하려는 100% 준비금 요구, 정기 감사, 투명성 공개 의무 등은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 설계에 중요한 참고점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환율 안정성과 통화 정책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한국이 태국의 교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한국 디지털 금융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설정될지, 이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질문입니다. 디지털 금융 혁신은 분명 중요하지만, 그 혁신이 실질적인 국민 편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무의미합니다. 태국의 결정은 기술 트렌드를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자국의 실정에 맞는 최적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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