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꿔놓은 교육의 판도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생활 모든 측면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특히 교육 분야에서는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이 눈앞에서 사라지며 수백만 명의 학생과 교사가 급작스럽게 온라인 수업 체제로 전환해야 했던 그 혼란스러운 시기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온라인 학습은 교육의 본질을 새로운 틀 속에 담아내려는 시도였지만, 동시에 기존 교육 시스템의 약점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해야 할 문제는 바로 '디지털 격차'입니다. 디지털 격차란 정보와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사회적, 경제적 요인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을 뜻합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학교'라는 장소가 필요 없어졌지만, 디지털 격차는 곧 가정과 학습 환경의 차이로 이어졌습니다. 숙제나 수업을 위해 필요했던 컴퓨터와 인터넷은 모든 학생에게 고르게 주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이 문제는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2026년 4월 6일 런던정경대학교(LSE) 블로그에 게재된 교육 혁신가 슈가타 미트라(Sugata Mitra)의 글 '포스트 팬데믹 교육의 미래: 디지털 격차 해소'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미트라는 "팬데믹이 온라인 학습의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정보 접근성, 디지털 기기 보유 여부, 학습 환경의 차이로 인한 디지털 격차는 오히려 심화되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이 격차가 단순히 교육의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한국교육개발원의 2025년 교육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전체 초중고 학생의 약 7.2%가 가정 내 안정적인 인터넷 접속 환경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교육부는 긴급하게 공용학습 기기를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실제로 학생들 간의 학습 환경 차이를 완전히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더욱이 2026년 현재까지도 농어촌 지역과 도시 지역 간, 그리고 소득 수준에 따른 디지털 학습 환경의 격차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통계청의 2025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전체 평균보다 12.3%포인트 낮았고, 최신 학습용 디지털 기기 보유율은 18.7%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격차에 의해 교육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실, 과연 이 문제는 단기적인 정책 이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요? 미트라는 팬데믹 이후 시대의 교육이 디지털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듀테크(Education Technology)의 적극적인 활용과 교육 과정의 재구성을 요구한다고 지적합니다. 그의 주장은 한국 교육 상황에서도 깊은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맞춤형 학습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미트라는 "디지털 학습 환경이 단순히 디지털 기기의 제공을 넘어,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과 필요를 반영하는 맞춤형 콘텐츠 개발을 통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한국에서도 더욱 강화되어야 할 방향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데이터 기반 학습 성과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별 학습 상황에 맞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방안이 고민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격차가 초래하는 사회적 불평등 실제로 한국에서는 2024년부터 교육부가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학습 플랫폼 'AI 튜터' 시범사업을 확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김민정 교수는 "AI 기반 학습 시스템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속도와 이해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최적화된 학습 경로를 제시할 수 있다"며 "다만 이러한 기술이 모든 학생에게 공평하게 제공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2025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AI 튜터 시범사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평균 14.2% 향상되었지만, 저소득층 학생들의 참여율은 전체 평균보다 23.5%포인트 낮았습니다. 둘째, 디지털 인프라 지원이 절실합니다.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연결과 디지털 기기 제공, 그리고 사용 방법에 대한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6년간 한국에서는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가정학습 지원을 위해 공용 학습기기를 대여해주는 프로그램을 실행해왔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총 82억 원을 투입하여 저소득층 학생 약 15만 명에게 태블릿 PC와 노트북을 지원했습니다. 경기도 역시 2024년 한 해에만 43억 원의 예산을 들여 디지털 기기 보급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예산 문제와 지역 간 격차로 인해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34.5%가 디지털 교육 인프라 예산 부족을 호소했고, 특히 농어촌 지역의 경우 예산 확보율이 도시 지역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미트라는 이러한 지역 간 격차에 대해 "디지털 격차는 교육의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 전반에 걸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합니다. 셋째, 교사의 디지털 역량 강화도 필수적입니다.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많은 교사들이 급작스러운 온라인 수업 전환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2020년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 교사의 67.3%가 "온라인 수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54.8%는 "디지털 기술 활용 교육이 시급하다"고 응답했습니다. 미트라 역시 "교사의 역량 강화가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핵심 과제"임을 강조합니다. 그는 "교사들이 단순히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식으로 기술을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 교육부와 지방 교육청은 기존의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개편해 디지털 기술과 에듀테크 활용 능력을 포함해야 합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2023년부터 교육부가 '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전국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연간 15시간 이상의 디지털 역량 연수를 의무화했습니다. 2025년 교육부 평가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사의 82.4%가 "디지털 교육 도구 활용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2025년 조사에서는 여전히 50대 이상 교사의 경우 디지털 교육 도구 활용도가 30대 교사보다 평균 32.7%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나, 세대별 디지털 역량 격차가 존재함을 보여줍니다. 교육의 본질과 미래를 다시 묻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 대한 우려와 반론도 존재합니다. 일부에서는 디지털 중심의 교육이 오히려 인간적 접촉을 희박하게 만들어 학습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박상훈 교수는 "기술은 교육의 수단일 뿐 목적이 될 수 없다"며 "디지털 도구가 아무리 발전해도 교사와 학생 간의 정서적 교류, 동료 학생들과의 협력적 학습 경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필자는 디지털 교육이 인간 중심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입장입니다. 미트라 역시 "기술은 단순히 도구일 뿐이지, 교육 내용과 목표를 대체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합니다. 우리가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상 회의 도구를 단순히 일방적 강의 전달 수단으로만 사용한다면 학습의 질이 떨어질 수 있지만, 소그룹 토론, 프로젝트 기반 협업 학습 등에 활용한다면 오히려 학생들의 참여도와 사고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결국, 팬데믹 이후 6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교육은 단지 '배움의 형태'를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를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미트라가 강조한 바와 같이,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비판적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협업 능력 등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키우는 데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는 이를 위해 "교육 과정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한국 역시 이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2026년 현재, 교육부는 '2027 교육과정 개정안'을 준비 중이며, 이 과정에서 디지털 리터러시와 AI 활용 역량을 핵심 역량으로 포함시킬 계획입니다. 어쩌면 팬데믹이 우리의 교육 시스템을 깨뜨림으로써 그 속에 숨겨져 있던 맹점을 발견하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요? 갑작스러운 위기가 오히려 오랫동안 미뤄왔던 교육 혁신의 필요성을 일깨워준 셈입니다. 우리는 이제 질문해야 합니다.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것이 단순한 기술적 지원을 넘어 교육의 본질적 목표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말입니다. 한국교육정책연구소의 이수진 소장은 "디지털 격차 해소는 기기 보급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교육 내용과 방법의 혁신, 교사 역량 강화, 지역사회와 가정의 협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국 교육의 미래는 우리가 이러한 질문들에 얼마나 깊이 고민하고, 실행해 나가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