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생태계, 글로벌 플랫폼으로 진화 "지금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스타트업들이 기존보다 더 넓은 기회를 필요로 하는 시대입니다." 이는 한국벤처투자 이대희 대표가 지난 28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한 말이다. 모태펀드 20년의 성과를 기반으로 국내 벤처업계의 중심적 자금줄 역할을 해온 한국벤처투자가 이제 단순한 자금 공급원을 넘어선 '투자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고, 지역 기반 성장 역시 견인하는 전략은 과연 어떤 성과를 가져올까. 벤처 생태계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뛰어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부족과 시장 진입 장벽에 부딪히는 상황은 여전히 관건이다. 특히,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한 기업은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벤처투자가 발표한 '비욘드(Beyond)'와 '브리지(Bridge)' 전략은 바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28일 이대희 대표는 국내외 시장을 연결하고 투자 생태계를 확장하는 두 가지 축을 제시했다. '비욘드'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국경을 넘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글로벌 진출 강화 방안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출자에서 성과로, 국내에서 글로벌로,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재정 중심에서 민간 참여 확대로 나아가는 방향"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를 통해 기관투자자 플랫폼을 통한 자금 유입 기반을 확대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및 지역 투자 기반을 연결하여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2026년 2월 기준으로 글로벌 펀드는 84개로 확대되었으며, 지난 2월에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벤처 캠퍼스(SVC)를 개소하여 한국 스타트업들이 세계 최대 벤처 생태계에 직접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러한 해외 거점 확보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넘어 글로벌 투자자, 멘토, 파트너사와의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여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브리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더 나아가 민간과 재정을 잇는 가교 역할을 목표로 한다. 지역 투자 기반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는 한국벤처투자는 2025년에 4,000억 원 규모의 지역 모펀드 4개를 조성했고, 올해는 4,500억 원 규모의 지역 성장 펀드 5개 추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제주 스타트업 펀드 조성은 섬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투자 모델로, 관광·IT·청정에너지 등 제주 특화 산업 분야의 스타트업 육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마치 견고한 다리를 건설하듯, 이 전략들은 다양한 자금과 기관, 그리고 시장을 연결하는 맥락에서 독창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지난해 한국벤처투자는 2조 2,195억 원을 출자하여 4조 4,751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결성했고, 이 중 3조 995억 원이 실제 투자로 집행됐다. 이는 단순히 출자에 그치지 않고, 투자자와 기업 간 연결 기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 특히 출자 이후 기업 성장 지원 및 투자자-기업 간 연결 기능도 강화하여 성과 창출 구조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딥테크와 지역 투자에 본격적 집중 투자 방향도 시대적 요구에 맞춰 재편되고 있다. 딥테크(Deep Tech) 및 국가전략산업 중심의 투자는 이러한 체계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인공지능, 바이오헬스, 반도체, 이차전지 등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는 단기적 수익보다는 장기적 기술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한다. 이는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점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데 필수적인 전략이다. 한 가지 두드러지는 점은 지역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집념이다. 대다수의 창업 및 투자 활동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비판 속에서 2025년까지 4개의 지역 모펀드를 조성했으며, 이러한 지방 균형 발전을 더욱 촉진할 계획이라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지역 간 용이한 네트워킹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역시 독자적인 노력이 돋보인다. 이처럼 지역 중심의 투자 확장 전략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경제적 간극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부산, 대구, 광주 등 주요 광역시를 중심으로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된 스타트업 생태계가 형성되면, 수도권 집중도를 완화하고 전국적으로 균형 잡힌 혁신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변화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동반한다. 한국벤처투자의 새로운 전략이 자칫 공공 자금 과다 의존 또는 민간 자본의 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궁극적인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어떻게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대희 대표는 "모태펀드 출자에서 실제 성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강화할 것"이라며 "단순히 자금을 뿌리는 것을 넘어 자본 순환 구조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고 지속 가능한 투자의 메커니즘을 창출하겠다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병행된다. 이대희 대표는 다음 달 열릴 모태펀드 출자전략위원회에서 모태펀드의 전체 및 분야별 수익률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모태펀드의 실제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이번 수익률 공개는 한국벤처투자의 투자 전략과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이는 또한 향후 투자 방향 설정과 민간 투자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국내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첫째, 기술 개발 및 글로벌 네트워크 확충에 나서야 한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벤처 캠퍼스와 같은 해외 네트워크는 단순히 시장 진출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비즈니스 모델과 투자 유치 전략을 습득하고, 해외 투자자 및 파트너와의 네트워킹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성장 다리'로 자리매김할까 둘째, 정부와 민간의 협력 기조를 충분히 이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벤처투자의 지역 펀드는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충분한 자금과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의 스타트업들은 지역 모펀드와 성장 펀드를 적극 활용하여 초기 자금 확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역 내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다. 지역 대학, 연구소,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과 시장 진입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셋째, 딥테크 및 국가전략산업과 같은 정책적 관심 영역과 스타트업의 역량을 결합하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맞춤형 접근은 투자 유치뿐 아니라 기술 개발 및 시장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시너지를 제공할 것이다. 인공지능, 바이오헬스, 첨단 소재 등 국가전략산업 분야의 스타트업들은 정부 지원 정책과 연계하여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벤처 생태계는 단순한 투자 환경을 넘어선 성장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벤처투자가 보여주는 전략적 변화는 단순히 하나의 기관이 아니라, 이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플레이어에게 달라질 규칙을 시사한다. 투자자,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정책 입안자 모두가 협력하고 상호 연결되는 플랫폼 생태계가 구축될 때, 한국의 벤처 생태계는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올 몇 년 동안 우리는 이 변화가 지속 가능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스타트업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 한국벤처투자의 투자 플랫폼 전환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국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지역 균형 발전과 민간 투자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평가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이 질문을 던지며 기사를 마무리한다. 여러분이라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어떤 도전을 꿈꿀 것인가?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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