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시대, 미국 주(州)들이 선택한 길 2026년 4월 2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가 디지털 금융 혁신을 향한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하원 의원 체서(Chesser), 윌리스(Willis), 로스(Ross), 쉬츠(Schietzelt)가 하원 법안 1029호, 일명 'NC 디지털 자산 및 스테이블코인 법안(NC Digital Asset and Stablecoin Act)'을 발의한 것입니다. 이는 단지 단순한 법안 발의가 아니라, 디지털 자산과 스테이블코인 규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시도입니다. 아마도 몇몇 독자들은 "한 주(州)의 결정이 무슨 대단한 일인가?"라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이 담고 있는 내용과 그 파급력은 단순히 미국 내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에 걸친 디지털 자산 규제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디지털 자산의 거래와 스테이블코인의 이용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의 중요한 축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법안의 시사점은 생각보다 훨씬 깊습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디지털 자산 금융법(Digital Asset Financial Act)"으로, 주내 은행과 신용조합이 디지털 자산 수탁, 스테이킹, 거래 서비스를 수탁자(fiduciary) 자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허가를 부여합니다. 여기서 수탁자 자격이란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신의성실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법적 지위를 의미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조항은 스테이킹된 고객 자산이 소유자의 재산으로 유지되며, 금융 기관의 대차대조표에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고객의 자산이 외부 요인으로 손실을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또한 해당 자산이 담보로 제공되거나 재담보(rehypothecation)될 수 없다는 명확한 규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담보란 금융기관이 고객으로부터 담보로 받은 자산을 다시 다른 용도의 담보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를 금지함으로써 고객 자산의 이중 위험 노출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해당 금융기관의 디지털 자산 자기 거래(proprietary trading)를 금지해 이해충돌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담고 있습니다. 이는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을 받고 있습니다. 두 번째 주요 축은 "노스캐롤라이나 스테이블코인법(North Carolina Stablecoin Act)"입니다. 해당 법안은 노스캐롤라이나 주 내에서 허가된 지급 스테이블코인 발행자(permitted payment stablecoin issuer)만 코인 발행, 유통, 상환이 가능하도록 규제합니다. 이러한 발행자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경로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노스캐롤라이나 주 은행 감독관의 허가를 받거나, 둘째, 연방 차원의 GENIUS Act(연방 스테이블코인 법안)에 따라 연방 자격을 갖추거나, 셋째, 상호 주(reciprocal state), 즉 노스캐롤라이나와 유사한 수준의 규제 기준을 가진 다른 주에서 자격을 갖춘 발행자여야 합니다. 이는 주 간 규제 협력을 통해 일관성 있는 스테이블코인 감독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허가된 발행자는 미결제 스테이블코인 가치의 100% 이상에 해당하는 적격 준비 자산을 유지해야 하며, 불합리한 임계치나 제한 없이 상환 요청을 빠르게 수락하고 이행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도 담고 있습니다. 이런 기준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안에 따르면, 해당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2027년 1월 18일 또는 GENIUS Act의 최종 규정이 발행된 후 120일 중 더 이른 날짜에 발효될 예정입니다. 이는 연방 차원의 규제와 주 차원의 규제를 조화롭게 연계하려는 노력으로, 중복 규제를 피하면서도 적절한 시점에 규제를 시행하려는 의도를 보여줍니다. 100% 준비금 스테이블코인, 안정성과 혁신 사이 이처럼 이 법안은 디지털 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의 안전성 강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의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특히 주 차원에서 은행이나 신용조합의 디지털 자산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승인한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이는 대형 금융 기업들과 규제 당국 간의 상호 신뢰를 증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전통 금융기관들이 명확한 법적 근거 하에 디지털 자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 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스테이블코인의 100% 준비금 의무화 조치는 현재 불안정한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미국 연방 정부가 여전히 구체적인 디지털 자산 규제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개별 주가 먼저 나서는 모습은 다른 주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연방 차원의 통일된 규제가 마련되기 전까지 각 주가 실험적 규제 프레임워크를 시도함으로써, 향후 연방 규제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선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가 디지털 자산 산업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만을 가져다줄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존재합니다. 혁신적인 기술과 발전 가능성을 억제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비판론자들은 엄격한 스테이블코인 발행 조건이 중소 디지털 자산 기업들에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100% 이상의 준비 자산 유지 요건은 상당한 자본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신생 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는 사실상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결국 경쟁 감소로 이어져 소수의 대형 발행자만이 시장을 지배하는 과점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 대해 찬성론자들은 복잡한 암호화폐 시장의 신뢰와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혁신을 창출할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불공정한 환경에서 떠맡게 되는 위험보다는, 명확하고 공정한 규제를 통해 진정한 실력가들이 생존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과거 테라-루나 사태나 FTX 파산 등 대형 암호화폐 붕괴 사건들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전례를 고려할 때, 엄격한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성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디지털 금융의 미래 한국 또한 디지털 자산 및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유사한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노스캐롤라이나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보호법 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100% 준비금 의무화와 같은 안정성 확보 조치들은 참고할 만한 선례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의 상황은 미국과는 다른 규제 환경과 시장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단순한 모방보다는 창의적인 적용이 필요할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중소 디지털 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안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기술과 금융 혁신의 선두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보다 정교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규제 당국만의 과제가 아니라, 산업계, 학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노스캐롤라이나의 행보는 디지털 금융 혁신과 규제의 이상적인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 잡는다면, 미국 내 다른 주들은 물론, 글로벌 금융 규제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합니다. 특히 수탁자 자격 부여, 고객 자산의 분리 보관, 자기 거래 금지, 준비 자산 의무화 등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규제 조항들은 다른 관할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할 수 있는 청사진을 제공합니다. 이 법안의 실효성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2027년 발효 이후 수년간의 관찰을 통해 평가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그리고 어떻게 균형 잡힌 정책을 구현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합니다. 디지털 자산 시대라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요? 각국 정부와 규제 당국, 그리고 디지털 자산 산업 종사자들은 이제 스스로 답을 내야 할 시간에 직면해 있습니다.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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